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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사이버대학교

29년 동안 머물던 손님

[#1]
인생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신선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가 되는 일이다. 중학교 배정을 받기 위해 추첨해서 주황색 5번 공을 받아들고 그 학교가 당시에 집에서 가장 멀고 시챗말로 후진(?) 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3년을 다녔고, 내가 살던 군산에도 공업고등학교가 있었지만 더 '전통과 역사'가 있는 이리공고 기계과에 들어간다고 입학시험을 치르고 2년 동안 기차로 통학하고 1년 동안은 학교 근처에서 친구 한 명이랑 자취를 하면서 석유곤로에 라면을 끓여 먹던 기억과 경험은 지금도 머리에 생생하다. 대학시절에는 더듬어야 할 사건들이 참 많아서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다. 신앙과 삶 그리고 역사의 한 시대에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는 책임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깨닫게 된 기간이었다. 수 많은 책을 통해서 훌륭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고 지금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분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도 대학을 다니면서였다.

[#2]
대학을 졸업하고 목회를 위해서 교회에 인사를 갔을 때 결혼을 하고 와야 된다는 말에 한 달 만에 결혼을 하고 첫 임지인 정읍교회에 부임하고 1년 후에 첫 아들이 우리 부부에게 찾아왔다. 신비롭고 경외로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3년 후에 둘째 아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고 29년 동안 머물다가 지난 11일(토)에 떠났다. 첫 아들은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지 3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와 함께 머물고 있다. 바라기는 우리 부부와 함께 했고 우리 집에 머물던 그 기간이 아들들에게 좋은 추억과 기쁨과 감사의 기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대하면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가는 아들의 앞날에 주님의 선하신 도움의 손길을 기대한다.

[#3]
내가 선생이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좋은 선생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모든 부분에 미숙하고 부족하고 턱없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나 자신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승의 날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글을 읽으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알아가며 신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동료로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협력한다면 그것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생각하면서 위로를 얻는다. 신학과 모든 지체들의 삶의 모습은 내게 언제나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목회자와 평신도로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신학과 지체들이 모두 나의 스승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신학과 지체들께 가슴 깊은 사랑과 존경을 표하고 싶다.

[#4]
29년간 손님으로 있던 둘째 아들이 떠난 그 날부터 어제 스승의 날까지 나의 오랜 스승이며 신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신의 영역」 을 읽었다. 그는 "하늘의 빛을 향해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정신의 내적 전망"을 그 책에 썼다. 그는 각각의 인간 존재는 두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스스로 행하는 영역"과 "행해지는 영역"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하면서 "신이 그 언약하신 바에 따라 우리를 만나러 오거나 적어도 사물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신이 당신 현존의 숭고한 발현에 의해 인간의 조화를 손상시키지 않고 오히려 당신의 참다운 형상과 완전성을 인간의 모상으로 가져오는 것에 감탄할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두 영역이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해져 온 세상에 퍼져 있는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을 미리 알아채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