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교사상

뱀의 외면성에 대한 리꾀르의 이해


리꾀르는 인간 타락의 핵심이 인간의 유한한 자유의 구조에 있고 유한한 자유를 통해 악이 가능하다고 본다. 타락의 계기가 인간의 윤리적 유한성이 무한한 욕망은 낳는다는 보며, 악의 기원을 아담으로 보지 않고 제 3의 것인 뱀을 집어 넣는 야훼 기자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을 제시한다. 


첫째, 창세기 기자는 인간이 시험당하는 체험을 뱀의 형상으로부터 극화한다. 뱀은 우리 자신의 일부분을 상징화한다. 악은 우리 안에서 욕망을 불러 일으키고 우리 자신의 한계를 잊게 한다. 시험은 밖에서 오는 유혹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우리를 유혹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야고보 사도의 말에서도 보여진다(약 1:13-14). 우리는 시험에 대한 욕망을 표출하려는 경향이 있고, 우리를 죄 없다 하기 위해 자꾸 다른 사람을 정죄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우리를 정당화하려는 의지에 휩싸인다. 자기를 죄 없다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안에 일어나는 내적인 시험을 바깥에서 오는 것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우리의 욕망이 투사된 대상을 고발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악이 된다. 


둘째, 뱀은 우리 안의 문제만은 아니다. 뱀은 악이 우리 외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낸다. 인간의 역사적인 경험으로 보아 악은 이미 있었다는 것이다. 악을 끌어들인 처음의 사람은 없다. 악은 언어나 도구나 제도처럼 인간 사이의 한 부분이다. 악은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일 뿐 아니라 전통이 된다. 인간이 저지르는 악은 이미 있는 악이다. 


셋째, 뱀은 혼돈을 나타낸다. 탐욕의 투사 이전에 이미 악이 있다는 이야기로부터 악의 우주적 구조를 추정할 수 있다. 역사를 보거나 자연의 재앙이나, 인간들의 잔인함을 볼 때 이 세상이 원래 악한 구조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다. 우주에 어떤 구조가 있어 진리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노력과 충돌한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뱀은 인간에 대해서 뿐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도 무엇을 상정하고 내 안의 혼돈, 우리 사이의 혼돈 그리고 바깥의 혼돈을 가리킨다. 


- 김종걸의 「리꾀르의 해석학적 철학」중에서 - 

'기독교사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타나시우스신경  (0) 2021.07.21
에디오피아의 에녹서  (0) 2015.08.31
두 가지 유형의 유물론  (0) 2014.09.27
수용할만큼 좋은 것은 아니다.  (0) 2014.07.24
유대교와 기독교의 비교  (0) 2013.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