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앙과 신학/신학용어

'위격'이란 무엇인가?

by 안트레마 2025. 4. 23.

 

위격(位格, Person, ὑπόστασις, Hypostasis)

기독교가 고백하는 하나님은 오직 한 분이시다. 그러나 이 한 분 하나님 안에는 세 위격, 곧 성부, 성자, 성령이 존재하신다. 이때 사용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위격(位格, Person)’이다. 위격은 삼위일체 교리를 구성하는 중심 용어로서, 하나님의 본질은 하나이지만, 그 안에 서로 구별되는 세 인격적 존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는 일종의 역설처럼 보일 수 있으나, 바로 이 신비가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드러낸다.

‘위격’은 헬라어 ‘휘포스타시스(ὑπόστασις)’에서 왔는데, 본래는 ‘존재’나 ‘실체’라는 뜻이었지만, 교회는 이 용어를 삼위일체 논의 속에서 서로 다른 세 인격의 구별을 표현하는 기술적 용어로 채택했다. 삼위일체 교리를 설명할 때, ‘하나의 본질(οὐσία, ousia), 세 위격(ὑπόστασις)’이라는 공식을 사용한다. 즉,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하나이시지만, 성부, 성자, 성령은 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존재하시며, 서로를 구별할 수 있는 인격적 정체성을 가지신다.

성경은 삼위일체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위격 개념을 바탕으로 한 관계성과 구별은 분명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3:16-17에서는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에서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고, 성령이 비둘기처럼 임하시는 장면이 동시에 그려진다. 이는 세 위격이 동시에, 그리고 구별되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본문이다.

조직신학적으로 ‘위격’은 하나님을 인격적인 존재로 이해하게 해주는 개념이자, 삼위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도구다. 성부는 성자를 낳고, 성령을 내보내시며, 성자는 성부에게서 나시고, 성령은 성부와 성자로부터 나오신다. 이때 위격은 단순히 역할이나 기능의 차이가 아닌, 영원한 관계적 정체성을 의미한다. 세 위격은 본질은 동일하지만, 서로를 구별할 수 있으며, 이 구별이 바로 ‘위격’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다.

‘위격’이라는 개념은 단지 삼위일체 교리를 설명하는 철학적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이 개념은 하나님이 자기 자신 안에서 사랑의 공동체이심을 보여주는 증거다. 하나님은 관계를 가지시는 분이시며, 자기 안에서부터 사랑하고, 나누고, 교제하시는 분이시다. 이로부터 우리는 인간이 왜 관계적 존재로 창조되었는지, 그리고 왜 하나님과의 교제가 인간의 존재 목적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위격은 하나님을 ‘살아 계신 인격적 존재’로 고백하게 하는 개념이며,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복음의 본질을 이해하게 해준다. 하나님은 단지 추상적 힘이나 법칙이 아니라,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으로 역사하시며, 우리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며 교제하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이시다.


'신앙과 신학 > 신학용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령  (0) 2025.04.23
삼위일체 내에서의 '서열'  (0) 2025.04.23
성자(God the Son)  (0) 2025.04.23
성부(God the Father)  (0) 2025.04.23
동일본질  (0) 202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