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6장 8–7장 60절
사도행전 6장 후반부터 7장까지는 초대교회 최초의 순교자, 스데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은혜와 능력이 충만했던 그는 지혜로 복음을 전했고, 이에 반감을 품은 자들에 의해 끌려가 거짓 증언을 당하고, 결국 돌에 맞아 죽습니다. 그런데 이 고난의 한복판에서 성경은 인상적인 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공회 중에 앉은 사람들이 다 스데반을 주목하여 보니, 그의 얼굴이 천사의 얼굴과 같더라”(행 6:15).
고난 앞에서 사람의 얼굴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두려움, 분노, 불안, 혹은 체념. 하지만 스데반의 얼굴은 천사 같았습니다. 그는 긴 설교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얼마나 신실하게 일하셨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마지막엔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았다고 고백합니다(7:55). 그 고백이 그의 얼굴에 담긴 것입니다.
우리도 때때로 억울한 상황을 겪습니다. 믿음대로 살아보려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같고, 때론 사람들의 오해와 비난 앞에 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억울함에 찌푸려 있지는 않을까요, 아니면 주님을 바라보는 평안이 담겨 있을까요?
스데반은 억울한 상황 앞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7:60)라며 용서를 구합니다. 그 모습은 십자가 위 예수님의 기도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땅의 고난이 가벼워서가 아닙니다. 스데반이 처한 상황은 실제로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고난보다 더 큰 하나님을 보았고, 그 하나님의 임재가 그의 얼굴을 바꾸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고난이 없을 순 없지만, 그 고난 앞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그 시선이 주님을 향할 때, 우리의 얼굴도 스데반처럼 빛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억울하고 힘든 순간에도 주님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고난 앞에서도 평안과 담대함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얼굴을 닮은 믿음의 사람으로 서게 하옵소서. 스데반처럼 끝까지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고, 저의 삶이 주님의 증인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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