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장 14-36절
베드로가 열한 제자와 함께 일어서서 군중 앞에 선 장면은 복음서 속 어설픈 그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입니다. 예수님이 붙잡히던 날, 계집종 앞에서조차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가, 이제는 수천 명 앞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담대하게 선포합니다.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오순절에 임한 성령은 제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불붙였습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숨어 지내는 자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하는 복음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베드로의 설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그가 직접 경험한 진리에서 우러나온 고백이었습니다.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행 2:36)는 외침에는 회피도, 주저함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믿음을 말하기를 주저합니다. 가족 안에서, 직장에서,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 “믿는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조심스럽고 눈치를 보게 되는 우리의 마음을 보면, 베드로와 초대 교회의 제자들이 처음 겪었을 두려움이 생생히 다가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을 변화시킨 것은 성령이었고, 그 변화는 두려움에서 담대함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베드로의 설교는 단지 한 편의 말씀 전파가 아니라, 그의 내면에서 시작된 회복과 확신의 결과였습니다. 우리도 성령 안에서 자신의 실패와 연약함을 정직하게 바라볼 때, 하나님은 그 자리를 회복과 담대함의 출발점으로 사용하십니다. 담대함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 안에 뿌리내린 확신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이 꼭 마이크를 잡고 전하는 설교가 아니더라도,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일은 모두 하나의 ‘설교’입니다. 무거운 말보다 진실된 삶이 더 큰 영향력을 갖는 시대에,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주님을 증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주님, 저의 연약함을 아시고도 저를 부르시는 주님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담대히 주님을 따를 수 있도록 성령으로 채워 주소서. 저의 삶이 주님의 복음을 증거하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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