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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가지 않은 길 어제 아침에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시를 한 편 보내주셨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인데 오랜만에 읽어 보았다. 하루 종일 ‘내가 가지 않은 길’과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선택의 순간마다 나의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으며, 그 동안 걸어온 길은 어떠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나는 또 새로운 선택을 하고 새로운 길에 발을 들여놓는다. 사실 ‘길’이라는 것이 단순히 우리가 다니는 경로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해 주기도 하고, 어떤 상태로 가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땅에만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도 길이 있고 하늘에도 길이 있다. 또한 생각에도 길이 있고, 감정에도 길이 있으며, 시간에도 길이 있다. .. 더보기
기도 기도 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은 제 삶을 돋보이게 하는 참된 신앙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즉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 사랑의 길이었습니다. 이 길 위에서 저는 전혀 모르는 당신을 만납니다. 오, 삶의 빛이신 분이여 당신의 오솔길로 저를 인도하소서. 참을성 있게 그 길을 가며 언제나 새로운 영혼이 되어 항상 앞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사람들을 위해 제 존재를 걸고 제 자신을 선물로 내어줄 수 있도록 신비로운 힘을 주소서. 그리하면 당신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나 되어 신비로이 저를 향해 다가오실 것입니다. 형제들과 함께 저를 맞으러 오실 것입니다. 더보기
내일은 없다 내일은 없다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아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윤동주·시인, 1917-1945) 더보기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하게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 더보기
나는 누구인가?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침착하고 명랑하고 확고한지 마치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간수들과 대화하는 내 모습이 어찌나 자유롭고 사근사근하고 밝은지 마치 내가 명령하는 것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불행한 나날을 견디는 내 모습이 어찌나 한결같고 벙글거리고 당당한지 늘 승리하는 사람 같다는데 남들이 말하는 내가 참 나인가?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인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그립고 병약한 나 목 졸린 사람처럼 숨쉬려고 버둥거리는 나 빛깔과 꽃, 새소리에 주리고 따스한 말과 인정에 목말라하는 나 방자함과 사소한 모욕에도 치를.. 더보기
꽃과 빵 꽃은 먹을 수 없지만 빵을 씹는 것보다는 오래 남는다. 향기로 배부를 수는 없지만 향로의 연기처럼 수직으로 올라가 하늘에 닿는다. 들에 피 백합은 밤이슬에 시들지만 성모 마리아의 순결한 살을 닮은 흰빛이 대낫보다 밝다. 붉은 튤립은 화덕 속의 빵보다 뜨겁게 부풀어 속죄의 피보다 더 짙다. 짐승처럼 허기진 날에도 꽃은 아무 데서나 핀다. 들에도 산에도 먹지 못하는 꽃이지만 그 씨가 말씀이 되어 땅에 떨어지면 나는 가장 향기로운 보리처럼 내 허기진 영혼을 채운다. - 이여령 - 더보기
윤동주의 '십자가' 십자가 - 윤동주 -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鐘)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더보기
내 작은 소망으로 내 작은 가슴에 소박한 꿈이라도 이루어지면 그 작은 기쁨에 취하여 내 마음의 길로만 갑니다 언제나 당신 앞에 설 때면 짖궂은 개구쟁이처럼 더렵혀진 모습이었습니다 당신은 십자가의 아픔도 사랑의 및으로 주셨으니 그 밫 하나하나가 우리 가슴에 사라으로 비추입니다 오늘은 내 작은 소망이나마 그 빛 하나하나가 우리 가슴에 사랑으로 비추입니다 오늘은 내 작은 소망이나마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뜨거운 마으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주여 기도의 다리를 놓아주십시오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용혜원 - 더보기
야훼는 나의 목자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누워 놀게 하시고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지쳤던 이 몸에 생기가 넘친다. 그 이름 목자이시니 인도하시는 길, 언제나 곧은 길이요,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 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걱정할 것 없어라. 원수들 보라는 듯 상을 차려주시고, 기름 부어 내 머리에 발라주시니, 내 잔이 넘치옵니다. 한평생 은총과 복에 겨워 사는 이 몸, 영원히 주님 집에 거하리이다. - 시편 23편, 다윗의 시 - 더보기
복되어라 복되어라. 악을 꾸미는 자리에 가지 아니하고 죄인들의 길을 거닐지 아니하며 조소하는 자들과 어울리지 아니하고, 야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그에게 안 될 일이 무엇이랴! 냇가에 심어진 나무 같아서 그 잎사귀가 시들지 아니하고 제 철 따라 열매 맺으리. 사악한 자는 그렇지 아니하니 바람에 까불리는 겨와도 같아. 야훼께서 심판하실 때에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죄인이라 의인들 모임에 끼지도 못하리라. 악한 자의 길은 멸망에 이르나,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보살피신다. - 시편 1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