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말에 내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회 담임선생님은 한 분이셨다. 내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그 분도 계속해서 학년을 바꿔 담임을 맡으셔서 그랬다. 그 분은 나를 만날 때마다 길에서든지, 교회에서든지 이렇게 축복하면서 기도해 주셨다. "하나님, 기봉이가 복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시고 일생동안 복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주세요!"
지난 8월 마지막 주간에 신학과 리트릿을 제주에 있는 벧엘그리스도의교회에서 갖게 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고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좋은 만남, 신앙 안에서의 만남과 교제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참 멋진 시간들이었다. 이번 리트릿을 통해 나는 또 한 분의 복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조천권 형제가 바로 그 분이다.
조천권 형제는 몇 해 전, 강서대학교와 우리 대학이 MOU를 맺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분인데, 당시에 교목실에 근무하신다고 해서 교목실 행정직원인 줄 알았다. 지난 8월 20일에 2023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도 사모님과 함께 참석하셨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조천권 형제에 대해 몰랐다. 그런데 리트릿을 시작하던 날, 사모님께 '집사님'이시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식사과 나눔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조천권 형제가 그리스도교단의 '전도자'라는 사실을.... 그리스도 교단은 '목사'를 '전도자(Evangelist)'라고 부른다.
조천권 형제는 자신의 삶을 우리와 나누었다. 아버지는 고신측 목사님이시고 장인 어른은 감리교 목사님이며, 할아버지도 목사님이시라고. 그리고 자기는 원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와 경희대학교 국제법무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퍼듀 글로벌 로스쿨을 수료하고 법무박사 학위를 받은 후 강서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서울기독대학교 대학원(Th.M.) 에서 역사신학을 공부한 후 강서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고 했다.
법무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가진 자기가 우리 영남사이버대학교 신학과에 편입해서 공부하게 된 이유도 이야기했다. 강서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서울기독교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과 기타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 신학과의 개설과목이 너무 많아 교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일본 선교를 위한 평신도에게 신학을 가르치기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편입을 했다는 것이다. 공부하면서 우리 나라의 신학대학 중 이렇게 체계적으로 조직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신학과는 본 적도 없으며 이렇게 고품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오프라인 모임에 관한 얘기가 나왔고 지난 번 오프라인 모임 때는 플라톤 철학에 대해 강의했고 다음 모임에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대해 얘기하려고 하는데, 조 박사님이 특강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하셔서 이번 대전 세미나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기독교 신학'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듣게 되었다.
조 박사님은 특강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를 간단히 살펴 본 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체계와 그의 철학을 자연학, 논리학, 형이상학, 영혼론, 윤리학, 정치학 그리고 수사학과 예술의 일곱 개의 파트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와 기독교 신학에 대해 설명하고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그의 철학이 서양 지성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짧은 시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자세하게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조 박사님의 탁월한 식견과 논리적이며 깊이 있는 지적 가르침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웃음과 위트와 유머가 한데 어우러져 듣는 이들의 지식 체계를 무장해제시키며 한 순간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깊은 강물에 몸을 적시게 해 주었다.
조 박사님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이 어떻게 다른지로부터 시작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세 종류의 지식인실천적, 창작적, 이론적 지식을 소개하고 실천적 지식인 윤리학과 정치학, 창작적 지식인 예술을 포함하여 시학과 수사학 그리고 이론적 지식인 수학, 자연과학, 신학이 있음을 소개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에 대해서는 그가 자연의 법칙과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네 가지 원인을 제시했는데, 질료인(Materia, 사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나무로 만든 의자는 나무가 질료인임), 형상인(Forma, 사물의 본질적 특성이나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의자라는 형태가 의자의 형상인임), 작용인(Efficiens, 변화나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나무를 의자로 만드는 목수가 여기에 해당함), 목적론적 원인(Finis, 사물이나 행위가 지향하는 목적으로 의자의 목적은 앉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이 목적을 가진다고 보았으며, 각 사물이나 생명체는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고 했으며 이러한 그의 사상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과학과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논리학'은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애매한 것을 언어와 기호로 분석하는 학문적인 증명방법으로 그것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을 탐구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탐구하느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변화 중에 변하지 않는 것으로서의 주체가 있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변화의 밑바탕에 있는 것, 실체(ousia)라고 불었으며 불변하는 실체와 구분되는 다양한 우유(偶有)들이 있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이들을 10가지로 분류하여 그의 범주론을 완성했다. 그가 제시한 10가지 범주는 실체(Substance), 양(Quantity), 질(Quality), 관계(Relation), 장소(Place), 시간(Time), 상태(Position), 소유(Possession), 작용(Action), 그리고 수동(Passion)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철학적 형이상학과 신학적 형이상학은 분리되지 않는다. 그는 신을 영원한 부동의 어떤 실체로 규정하면서 제1철학은 "있는 것에 대한 학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존재 자체의 본질과 근원적인 원리들을 탐구하는데 이는 물질세계의 구체적인 현상 너머에 있는 근본적인 진리와 원리를 찾으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부동의 원동자(Unmoved Mover)"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중심적인 개념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운동과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물의 운동에는 그 원인이 있으며, 이러한 원인의 사슬은 끝없이 계속될 수 없으므로 처음으로 움직임을 시작한 원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부동의 원동자"는 이 원인의 사슬을 시작하는 최초의 원인으로,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존재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의하면 영혼은 육체에 있어 활동하는 힘이고 육체는 영혼에 의하여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형태가 없는 질료라는 원리와 그 질료가 비로소 인간의 육체가 되게 하는 본질 원리, 즉 형상인 영혼으로 구성된 것이며 영혼과 달리 영혼의 일부인 지성은 육체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지성만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어떤 육체적 활동도 지성의 활동에 연관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오로지 신적인 것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그의 아들 니코마코스가 정리하고 편찬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완전태는 행복한 삶이고 행복한 삶이란 곧 선한 삶이라고 규정한다. 선한 삶이란 중용의 삶인데, 이것은 쉽게 얻을 수 없고 오랜 실천과 이를 통한 습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도덕적인 삶, 선한 삶은 습관의 결과이다. 이런 면에서 윤리학이라는 Ethics가 습관이라는 그리스어 Ethos에서 왔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윤리학과 정치학은 밀접하게 관계되는 것인데 그것은 폴리스가 가족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자연적인 공동체이지만 동시에 정치적인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구성원들의 일부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 전체도 행복할 수 없다고 보았으며 각 개인이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개체성과 상이성에 관심을 두었다. 그의 국가론은 개인의 도덕적 책임에 있으며 집단의 강제력에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을 결집시키는 바탕은 가족간의 자연스러운 애정이며 국민들간의 친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기독교 신학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개념들을 기독교 신학과 융합하여 독자적인 신학체계를 발전시켰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적 개념들을 받아들였다. 특히 실체와 사고(우유적 본질)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을 채택하여 신과 세계의 관계를 설명하였으며 아퀴나스는 하나님의 존재를 논증하는 데 있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원리들을 활용했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원동자" 개념을 발전시켜 하나님의 존재를 입증하는 "5가지 길" 중 하나로 사용했다. 그는 부동의 원동자를 변화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하나님으로 해석했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관점을 받아들여 자연 세계가 목적을 지닌다는 생각을 자신의 신학 체계에 통합했다. 이는 세상의 모든 존재가 하느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는 개념으로 구현된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이성의 중요성을 수용하여, 인간이 이성을 통해 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려는 그의 노력에 기초가 되었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특히 덕 윤리에 많은 영향을 받아 이를 기독교 윤리와 결합하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최고선과 목적을 신과의 연합으로 보았으며, 덕을 통해 이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수의 존재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질료인은 예수로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을 말하며, 형상인은 예수가 하나님의 독생자로서 인간의 모습을 지닌 신이었다는 것이고 동력인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다는 것이며 목적인은 죄인을 용서하고 인류를 구원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방대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기독교 신학을 자세하고 쉬운 언어로 우리에게 전달해 준 조 박사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러고 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 교회 선생님께서 "기봉이가 복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시고 일생 동안 복있는 사람을 많이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게 해 달라"는 기도가 이렇게 또 한 번 이루어졌다. 조 박사님은 어렸을 때 선생님께서 기도하신 기도와 이후 계속해서 내가 기도하는 기도의 아름다운 열매이다. 겸손하면서도 힘이 있으며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아름다운 신앙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시는 조 박사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다시 한 번 귀한 강의를 해 주신 조천권 박사님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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