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빵 썸네일형 리스트형 꽃과 빵 꽃은 먹을 수 없지만 빵을 씹는 것보다는 오래 남는다. 향기로 배부를 수는 없지만 향로의 연기처럼 수직으로 올라가 하늘에 닿는다. 들에 피 백합은 밤이슬에 시들지만 성모 마리아의 순결한 살을 닮은 흰빛이 대낫보다 밝다. 붉은 튤립은 화덕 속의 빵보다 뜨겁게 부풀어 속죄의 피보다 더 짙다. 짐승처럼 허기진 날에도 꽃은 아무 데서나 핀다. 들에도 산에도 먹지 못하는 꽃이지만 그 씨가 말씀이 되어 땅에 떨어지면 나는 가장 향기로운 보리처럼 내 허기진 영혼을 채운다. - 이여령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