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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Nepal 03] 타파탈리 공부방

네팔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타파탈리라는 빈민촌이다. 카트만두의 중심을 흐르는 갠지스강의 상류에 위치한 이곳은 쓰레기들로 뒤덮여 악취가 진동하는 곳이다. 그냥 걷기에도 힘든 이곳에는 약200여 가구 1,000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는 두 형제가 있었다.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는 형제들의 인도를 받으며 우리가 들른 곳은 방과후 교실에 열리는 공부방이었다. 



앙상한 뼈대에 비닐천막으로 덮여진 비닐하우스 같은 곳이었다. 입구에 놓여진 신발장에는 때가 찌들은 슬리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3,40여명의 어린이들이 자원봉사자 대학생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대낮인데도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전구를 몇 개 켜 놓았지만 구석에는 불빛이 잘 비치지 않았다. 몽당연필로 글을 쓰는 아이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렇지만 모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자원봉사를 하는 대학생들 중에는 이 빈민촌 출신들도 있어서 아이들에게 큰 도전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일에는 이곳에서 방과후 교실을 하고 주일에는 모여서 예배를 드리며 성경공부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방과후 교실이 열리는 곳을 나와 마을을 가로질러 다니며 살펴보았다. 예닐곱살 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마당에 고여있는 구정물에 그릇을 씻고 있다. 도대체 그 더러운 물에 어떻게 그릇을 씻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아이는 우리의 염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악취가 나는 그 물에 그릇을 씻는 일을 계속했다. 조금 지나 강가에 있는 빈 집터가 있는 곳으로 우리는 안내되었다. 선교사님은 예전에 이곳에 교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건물이 없어지고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홍수가 나서 교회 건물이 떠내려간 것 같다고 한다. 교회 건물이라고 해봤자 막대기를 세워놓고 그 위에 비닐천막을 씌워놓았을 것이 뻔한데, 홍수를 어찌 견딜 수 있었겠는가! 선교사님은 이곳에 교회 건물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한다. 우리는 터만 남아있는 그 자리에서 다시 이 자리에 교회건물이 세워질 수 있기를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악취가 진동하는 마을을 다시 가로질러 걸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법한 그곳에 삼삼오오 모여서 웃으면서 얘기하다가 우리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참 무거웠다. 갓난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고 있는 아낙네도 있었고, 대여섯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무슨 놀이인지 모르지만 자기를 끼리 무언가를 하면서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스물살도 채 안되는 젊은 처녀 총각들도 새까만 얼굴을 하면서 멍하니 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집 앞에 앉아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런 곳에서 태어나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다. 하나님은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분인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다. 정말 아픈 마음을 가지고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그 아픔은 지금도 계속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내 마음에 거룩한 부담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