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눈

[Nepal 02] 가보지 않은 길

지난 9월 28일부터 열흘 동안 네팔을 다녀 왔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다녀왔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구하려다 보니 두 나라를 경유하는 항공권을 구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대만의 타이페이 공항을 들러 태국의 방콕을 거쳐 네팔의 카트만두로 가는 여정입니다. 


9월 29일(월) 오전 10시에 집을 나와 춘천터미널에서 인천공항행 리무진을 탔습니다. 추석 연휴라서 길이 많이 밀릴 수도 있다는 기사님의 말에 출발부터 마음이 움츠러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3시까지는 가야되는데 ... 하는 생각으로 창밖을 내다보는데, 서울-춘천간 도로는 이미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눈을 감고 잠이나 자야되겠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습니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 위해 애를 쎴지만 그럴수록 잠은 저 멀리 달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기사님 말씀이 어제는 5시간 이상 걸렸는데, 오늘은 좀 더 걸릴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누군가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고속도로에서 지방도로로, 그리고 또 다시 고속도로로 나오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눈을 떠 보니까 김포공항 근처까지 와 있었습니다. 시간을 보니까 1시 20분... 2시간 20분만에 김포공항까지 온 것입니다.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김포공항부터 인천공항까지는 그리 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2시쯤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하니 1시 52분이었습니다. 재빨리 짐을 내려 수하물 카트에 싣고 항공기 출도착 정도판을 확인하기 위해 공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오후 5시 30분에 출발하는 타이항공 TG635편이 cancel 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타이항공 카운터에 가서 알아 보았더니 대만에 태풍이 불어 타이페이 공항에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되어 오늘은 대만으로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옆에 있던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발을 동동 굴렀고, 몇몇 사람들은 체념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나는 대만을 경유해서 방콕으로 가면 되니까 방콕행 비행기를 연결해 달라고 했습니다. 잠시 후에 정해진 시간 보다 4시간 늦은 오후 9시 20분 방콕행 탑승권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좀 늦게 출발하기는 하나 방콕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아무런 불이익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감사한 것은 좀 늦게 출발하는 대신에 네팔에 선물로 가져가는 수화물 무게가 규정보다 초과되는데 추가 charge를 물지 않고 부칠 수 있었습니다. ^^ 


인천공항에서 방콕공항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리는데, 태국이 우리나라보다 2시간이 늦기 때문에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 30분 정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10시 10분에 출발하는 카트만두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되는데 9시간 정도를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방콕공항에서는 transfer counter에서 간단하게 소지품을 검색하고 x-ray 검색대로 나와 대기동(면세구역)에서 기다렸습니다. 방콕공항에서 wifi를 쓰기 위해서는 커피숍이나 식당을 이용하면 wifi 비밀번호를 알려줍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타고 4시간을 날아 네팔에 도착했습니다. 네팔은 방콕보다 2시간이 늦기 때문에 현지 시간으로는 12시 25분이었습니다. 




집에서 28일 오전 10시에 나왔는데 네팔에는 29일 오후 12시 30분에 도착을 했습니다. 무려 26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재미도 있지만, 어려움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두려움일지도 모릅니다. 낯선 땅, 낯선 얼굴들과 알지 못하는 말들이 눈과 귀를 통해서 내 안으로 들어오고, 혹이라도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길을 잃어버리면 국제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 자신을 믿고 무엇보다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믿는 믿음은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됩니다. 오늘도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인생의 길을 갑니다. 두렵고 겁이 날수도 있지만 나 자신과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심을 믿는다면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