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래동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집을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색시가 하루는 밥을 짓다 말고 부엌에서 울고 있더랍니다. 그것을 본 남편이 이유를 물으니 밥을 짓다가 그만 조금 태워버려 걱정이 되어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오늘은 자기가 바빠서 물을 조금 밖에 길어오지 못했더니 물이 부족해서 밥이 탔다며 자기의 잘못이라고 색시를 위로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색시는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감격하여 눈물을 더 쏟았습니다. 그때 부엌 앞을 지나가던 시아버지가 이 광경을 보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사정을 들은 시아버지는 당신이 이제 늙어 근력이 떨어져서 장작을 잘게 패지 못했기 때문에 불땀이 너무 세서 밥이 탔다고 아들과 며느리를 위로했습니다. 이 작은 소동을 들은 시어머니가 와서 이제 당신이 늙어 밥 냄새를 제대로 못 맡아 불을 끌 때를 알려주지 못했으니 자기 잘못이라고 며느리를 감싸주었습니다.
옛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했습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가족 모두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남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고 또 자기가 잘못을 뒤집어 쓰면서까지 남을 위하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데서 가정에 화목함이 찾아 옵니다.
남을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자기는 아무런 부담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이 따를 수 있기에 망설여집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책임을 떠안고 서로 사랑으로 남을 감쌀 때 세상은 따뜻한 천국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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