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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다

 

이솝 우화 가운데 ‘양치기 소년’이라는 우화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들판에서 양을 치는 한 소년이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지른다. 소년의 외침을 들은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몽둥이와 괭이 등 무기를 들고 달려왔지만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소년의 거짓말이었다. 며칠 뒤 소년은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지르고 동네 사람들은 역시나 달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짓말이었다. 소년은 그 후로 몇 번이나 거짓말을 계속해서 이제 동네 사람들은 소년이 아무리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은 온 힘을 다해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공을 때리는 메아리 뿐이었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는 수많은 약속들을 쏟아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안전불감증을 해소한다는 법안들과  세월호 피해자를 지원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일을 지원하는 법안들, 관피아 척결을 위해 공직자들의 퇴직 후 취업을 제한하는 법안들, 선박과 해난 안전사고에 관련된 법안들 그리고 정부의 재난 대응체계를 수정하는 법안들이 무려 190여개나 된다. 하지만 이 중 7월 21일 현재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마친 법안은 2.63%인 5건이며 정부에서 공포까지 끝낸 법안 단 1건에 불과하다. 


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 당국자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제 그러한 약속들이 실현될 것이라는 것에 한 줌의 믿음도 갖고 있지 않다. 전라남도 순천의 한 메밀밭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시신을 수습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지 40일만에 유전자 감식을 통하여 유병언의 시신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 시신이 유병언의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심지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이 생방송으로 직접 브리핑을 했어도 의문은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을 뿐이다. 


‘양치기 소년’이라는 우화에서 진짜 늑대가 나타났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동네 사람들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양치기 소년의 말을 어느 누구도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정부에서 발표한 대로 그 시신이 유병언의 시신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 대다수는 더 이상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