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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독사를 잡으려다 먼저 죽는다

독사를 잡으려다 먼저 죽는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세상의 병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좋은 병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병이다. 병이라는 것은 모두 나쁜 것이지 무슨 좋은 병이 있고 나쁜 병이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 병은 좋은 병이고, 그렇지 않은 병은 나쁜 병이다. 요즘에는 의학이 발달해서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다고 보아도 좋다. 그래서 어떤 병이든지 조기에 발견되면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자기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 모르고 있다가 죽음 직전에야 발견되는 병이 있다. 이미 때는 늦었다. 더 이상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그런 병이 나쁜 병이다. 


하루는 예수님께서 여리고를 들렀다 나가시는데 길가에 맹인 거지 한 사람이 앉아서 구걸하고 있었다. 그는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나사렛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큰 소리로 외쳤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소리지르는 것을 제지했다. 하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자신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예수님을 향해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예수님은 그를 데리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그에게 예수님께서 너를 부르신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그는 겉옷을 입는 것조차 잊은 채 예수님께 달려 나갔다. 예수님은 그에게 물으셨다.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그는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라고 대답했다. 예수님은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고 말씀하셨고 그 즉시 그는 보게 되었다. 


병 중에 나쁜 병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병이다. 만약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에 걸린 사람은 그 병을 치료해서 건강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나는 병은 좋은 병이다. 7.30 재보선 결과가 나왔다. 여당이 야당을 완전 KO시켰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여러가지 원인을 나름대로 찾아내려고 애를 쓰겠지만 질병에 여러가지 원인이 있듯이 재보선 결과가 이렇게 나온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등산을 하다가 독사에 물리면 독이 온 몸에 퍼지기 전에 재빨리 독을 빼내야 한다. 아무리 자기를 문 독사가 밉다 하더라도 몽둥이를 들고 그 독사를 잡으려고 숲속을 헤메지 않는다. 독사를 잡기 전에 먼저 자기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심판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독사를 때려잡기 위해 몽둥이를 하나씩 들고 온 산을 이잡듯 뛰어다니는 듯 했다. 그러면서 이 몽둥이가 좋으니 저 몽둥이가 좋으니 서로 싸움박질을 해댔으니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아무리 몽둥이가 좋으면 뭐하겠는가? 무슨 나무로 만든 몽둥이가 더 독사를 때려잡는데 효과적이며, 자기가 만든 몽둥이가 더 낫다고 우겨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 사이에 독은 몸 전체에 퍼져 결국 독사를 잡기고 전에 자기가 죽어버리고 말 것을… 결국 몽둥이를 든 채로 자기 집 안 마당까지 들어온 독사 한 마리도 잡지 못한채 쓰러져 죽고 말았다. 참으로 미련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다. 맹인 거지는 자기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심지어 당장 필요한 겉옷도 아니었다. 그는 자기에게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가 보는 것이었다. 7.30 재보선을 통해서 야당은 이제 자기들에게 필요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바란다. 아무리 자기 사람을 심어 계파를 확장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은 선거에서 지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 종이 호랑이와 같은 힘도 잃어버리고,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고 그러다가 결국에 당은 와해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또 다른 대안을 찾겠지! 


병중에 좋은 병은 증상이 빨리 나타나는 병이다.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 병 증세를 빨리 깨닫고 치료하는 사람이다. 살다가 병이 안 걸리면 좋겠지만 걸리더라도 치료하면 된다. 7.30 재보선을 통해서 야당은 자신들의 질병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기를 바란다. 그리고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고칠 것은 고치고, 싸맬 것은 싸매기를 바란다. 그래야 산다. 혹이라도 또 다시 몽둥이를 들고 독사 새끼 잡는다고 설쳐댐으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독사 새끼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독사 새끼 한 마리 잡는 것이 아니라 독사의 소굴을 없애는 것이지 않는가! 국민들이 원하는바가 무엇인지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고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