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존재의 필연
오, 이성의 법이여
그대는 마땅한 질서를 세우나
차가운 논리의 경계를 넘어
더 깊은 진리가 흐르니
그 이름은 사랑이라
사랑은 감각의 일렁임이 아니요
우연의 변덕 속에 피었다 지는 그림자도 아니다
존재의 근거 속에서 솟아나는 빛
자유 속에서 스스로를 내어주는
가장 참된 요청이리라
십자가 위에서 그분이 말씀하시니
“나는 너를 위하여 여기에 있다.”
이는 외부의 강제가 아니며
공허한 의무의 껍데기도 아니다
오직 자기 자신을 주는 순전한 결단
진정한 자유가 선택한 불가피한 길이라
그 사랑은 단순한 행위가 아닌
존재의 바탕이 되는 진리이며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궁극적 요청이라
“서로 사랑하라.”
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명령이니
인간됨의 본질에서 비롯된
가장 깊은 필연이라
오, 사람이여
그대에게 존재의 이유를 묻거든
십자가를 바라보라 하라
그곳에 사랑의 필연이 새겨졌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