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에 운하임리히(unheim lich)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에게는 좀 생소한 단어이지만 '낯선 두려움'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단어이다. 프로이트는 'unheimrich' (1919)에서 '낯선 두려움' 개념을 설명한다. 그는 운하임리히를 친밀하지 않은 낯섦이나 지적 불확실성으로만 해석한 '옌취'(Jentsch)와 달리, '운하임리히'에는 이미 '하임리히'라는 반대말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하임리히는 친근하고, 다정하고, 아늑하고, 친밀하고, 집안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의미하는 반면, 운하임리히는 비밀스럽고, 숨겨져 있으며, 그래서 위협적이면서, 공포스럽고, 괴기하고, 불편하고, 불안한 것이다. 친밀하면서 낯설기 때문에 두려운 대상, 그 대상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생명없는 생명체와 같은 괴물성은 두려운 친밀함 속의 낯섦, 혹은 친밀하면서도 낯선 두려움의 감정이 형성되는 조건이 된다.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친근하고, 다정하며, 아늑하고 편안한 감정이 아니라 비밀스럽고, 숨겨져있으며, 위협스럽고 공포스러우며 친밀하면서도 낯선 대상이 무엇일까? 아마 모두들 그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비밀스럽지만 언제나 내 주변에 가까이 있으면서도나에게는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그것이 바로 죽음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죽음도 그리스도 안에서 극복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예수님은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 11:25~26)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요즘 사순절을 지나고 있다. 이 사순절에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시고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을 이겨내신 주님과 같이 우리도 두려움을 이기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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