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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신학/신학용어

성부(God the Father)

by 안트레마 2025. 4. 23.

 

성부(God the Father)

기독교 신앙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심오한 고백 중 하나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른다는 점이다. 이 고백은 단순한 인격적 호칭을 넘어서,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성부의 독특한 위격과 사역을 드러낸다. ‘성부’는 삼위일체의 첫 번째 위격으로서, 성자와 성령과 본질은 같지만 위격(person)은 구별되는 분이다. 교회는 고대부터 ‘성부 하나님’을 창조의 근원이자, 삼위 하나님의 관계 속에서 성자의 아버지로 고백해 왔다.

‘아버지’라는 호칭은 구약에도 등장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비로소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예수는 하나님을 “내 아버지”라 부르셨고, 제자들에게는 “너희 아버지”라고 하셨다(요한복음 20:17). 이는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성자와 성부 사이의 영원한 관계—즉 성부가 성자를 낳으셨고, 이 관계가 영원부터 존재해왔음을 드러내는 신적 계시다. 다시 말해, 성부는 성자를 시간 속에서 창조한 것이 아니라, 영원 전부터 성자를 낳으신 분이다. 이는 삼위일체 교리의 핵심적 구조이며, 신성과 위격의 구별을 가능하게 한다.

사도신경은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로 시작한다. 이는 성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강조하며, 그분이 모든 만물의 근원이심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의 하나님이 단지 초월적인 능력의 하나님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아버지로서 관계적이고 인격적인 사랑의 하나님이심도 동시에 선포된다.

조직신학적으로 성부는 삼위의 원천(Monarchia)으로 이해된다. 이는 위격의 차별성이 우열이 아닌 관계 속에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성부는 성자를 낳고, 성령을 내보내시는 분이시며, 이 과정은 시간 속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영원 속에서 존재하는 신적 관계이다. 삼위의 질서 속에서 성부는 계획(계획의 하나님), 성자는 실행(구속의 하나님), 성령은 적용(내적 사역의 하나님)의 역할을 갖되, 세 위격은 언제나 함께 사역하시며 하나님의 일을 이루신다.

성부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는 우리의 기도를 형성하고, 복음의 구조를 이해하게 하며, 하나님의 사랑이 단지 감정적 차원을 넘는 영원하고 능동적인 사귐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기도할 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뜻하며, 이것이야말로 복음의 절정이다.

결국, 성부 하나님은 삼위일체의 신비 안에서 성자와 성령과 함께 역사하시며, 우리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시고, 영원한 나라로 인도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삼위일체를 떠나서는 성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성부의 사랑 없이는 구속의 복음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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