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트레마입니다.
오늘 소개할 작가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깊은 감정과 정치적 메시지를 예술 언어로 승화시킨 포스트미니멀리즘의 아이콘,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입니다. 최근 『뉴욕 리뷰 오브 북스(New York Review of Books)』 2025년 5월호에 실린 코코 푸스코(Coco Fusco)의 평론 「The Portraitist」는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섬세하게 조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리뷰를 바탕으로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예술 세계를 깊이 파고들며, 그의 전시 『Felix Gonzalez-Torres: Always to Return』과 함께 우리가 놓치기 쉬운 문화적 맥락과 미학적 코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 포스트미니멀리즘의 따뜻한 혁명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는 1996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AIDS 관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스위트 캔디 더미, 흰 전구 조명, 종이 더미 등은 오늘날 동시대 미술의 시어(詩語)로 살아있습니다. 특히 포스트미니멀리즘의 차가운 추상성에 감정과 상실, 정체성과 참여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SEO 핵심 키워드를 꼽자면, 포스트미니멀리즘, AIDS 예술, 정체성 예술, 감정적 아방가르드라 할 수 있겠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Untitled (Portrait of Ross in L.A.)』는 연인인 로스(Laycock)의 체중(175파운드)을 구현한 캔디 더미로, 관람객은 그 사탕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사랑의 소멸과 기억의 지속 가능성을 에로틱하면서도 성스러운 몸짓으로 바꿔 놓죠. 이렇듯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예술은 참여적이고 감각적인 동시에, 개인적 상실과 사회적 기억이 교차하는 장이 됩니다.
✧ 전시 『Always to Return』: 정체성과 정치를 재구성하다
2024년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과 미국 미술 아카이브(Archives of American Art)에서 열린 이번 회고전은 그가 생전에 직접 정의하고자 했던 ‘초상화’ 개념을 중심에 두고 기획됐습니다. 곤살레스-토레스에게 초상화는 더 이상 얼굴을 그리는 전통적 인물화가 아니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 연도, 사회적 코드, 사적인 기억들이 병치되어 새로운 '텍스트 초상화'의 형식을 띠기 시작했지요.
예를 들어 『Untitled (Death by Gun)』은 1주일 사이 총기에 희생된 460명의 얼굴을 담은 인쇄물 더미로, 종이 한 장을 가져가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추모의 퍼포먼스가 됩니다. 혹은 『Untitled (Leaves of Grass)』의 전구 작업은 월트 휘트먼과의 병치로 성소수자 정체성과 미국 문학의 관계를 재조명합니다. 포스트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을 확장하는 동시에,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는 정치적 메시지를 감성의 언어로 바꿔내는 혁신을 이뤄낸 셈입니다.
✧ 정체성의 경계와 쿠바성(Cuban-ness)의 재현
전시 큐레이터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쿠바 출신 미국 예술가로서의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를 강조했지만, 코코 푸스코는 이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그의 작업 속에는 ‘쿠바성’ 혹은 ‘라틴 아메리카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일정 부분은 전략적으로 탈정체성화(disidentification)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페인트나 전통적인 조각이 아닌 '사탕'이나 '전구' 같은 일상적이고 모호한 매체를 채택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수 있습니다. 특히 텍스트 형식의 초상화에 담긴 단어와 연도들은 명확한 해석보다 감정적 회상을 불러일으키며, 관람자 개인의 문화·사회적 문맥에 따라 달리 읽힙니다. 이는 곤살레스-토레스가 강조한 “다중적인 해석 가능성(plurality of interpretations)”이자, 예술이 사회를 바꾸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포스트미니멀리즘 그 이후: 오늘날에도 유효한 펠릭스의 작품
최근 미술관들은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작품을 점점 더 거대하게 설치하며 새로운 시각효과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예술이 이야기한 것은 물리적 웅장함보다, 상실의 무게와 기억의 덧없음이었죠. 미술관을 나와도 남는 여운, 바로 그것이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예술의 힘입니다.
그는 자신을 예술계의 "스파이"라 자처했습니다. 철저하게 미국 미술계에 스며들면서도 결코 중심부에 정착하지 않고, 경계에 머물기를 택했지요. 이 경계를 넘나드는 태도야말로 오늘날 동시대 미술의 존재방식, 곧 하이브리드한 정체성과 지속적인 이동성, 그리고 정치를 감정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의 원형이기도 합니다.
✧ 결론: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를 다시 읽는 이유
포스트미니멀리즘, 정체성 예술, AIDS 미술사, 쿠바 디아스포라 등의 키워드에서 볼 수 있듯,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의 작업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감정의 언어로, 사회적 상처와 개인적 기억을 다루는 예술적 모델로 계속해서 살아 숨 쉽니다.
그의 예술은 여전히 현재형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독자와 관객은 그의 작품을 통해 사랑이라는 언어로, 혹은 빛과 설탕, 종이의 감각으로 새로운 감정의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다음 리뷰에서는 곤살레스-토레스가 남긴 미학적 유산이 2025년 이후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지 깊이 파고들어보겠습니다. 그 때도 꼭 함께해주세요. 북 리거 안트레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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