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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

하나님의 본성에 대한 생각

(1) 악하고 죄 많던 내 청년기는 이미 지나가고 장년기에 접어들었는데, 나이가 들어 갈수록 나는 헛된 생각으로 인해 더 사악해져,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외에는 어떠한 실체에 대해서도 생각지 못했나이다. 하오나 하나님, 철학에 관한 공부를 좀 시작한 이후 당신을 인간의 형제를 가진 존재로 생각하지는 않았으니, 나는 그러한 생각을 멀리하였고, 우리의 신앙의 어머니가 되는 당선의 보편교회도 그러한 생각을 멀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뻐하였으나, 당신을 어찌 생각하는 것이 옳은지는 [아직] 알지 못했나이다. 물론 나는 인간, 곧 하찮은 인간에 지나지 않았으나, 당신을 지극히 높으시고 유일하시고 참되신 하나님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하였으며, 당신은 썩지 않으시고 손상받지 않으시며 변함이 없으신 분이라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에서부터 믿었나이다. 나는 왜 어찌해서 그렇게 믿고 생각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으나, 한 가지 밝히 보고 확산했던 것은 썩는 것이 썩지 않는 것보다 못하고, 손상받지 않는 것이 손상받는 것보다 물론 더 낫고, 변하지 않는 것이 변하는 것보다 더 좋다는 사실이었나이다. 

나의 심령은 나의 모든 헛된 망상에 대항하여 격하게 부르짖었으며, 그 일격으로 내 마음의 눈 주위를 날아다니는 불결한 망상의 파리 떼를 쫓아 보려고 시도하였으나, 그것들은 물러갔구나 싶으면 보소서, 다시 내 눈앞으로 몰려와 내 시야를 가려 놓았나이다. 그리하여 나는 비록 당신을 인간의 형체를 가진 존재로는 생각지 않았으나 당신을 세상 안에 두루 스며 계시든지 아니면 세상 밖으로 무한히 뻗어 계시든지 간에, 어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라고, 하지만 썩을 수 있는 것, 손상받는 것, 변하는 것보다는 더 우월한, 썩지 않고 손상받지 않고 변하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정도에 머물렀나이다. 이는 내가 어떤 존재에서 공간성을 배제한다면 그것은 무, 곧 공허가 아닌 절대무(絶對無)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음이니이다. 만약 어떤 물체가 어떤 장소에서 옮겨 진다면 거기에는 공간이라도 남게 될 것이니, 그 공간에는 흙도, 습기도, 공기도, 천체(天體)도 없을 것이나, 빈 공간, 말하자면 연장(延長)된 무는 남아 있을 것이니이다.

(2) 그리하여 심령이 지극히 우둔했던 나는 나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도 잘 알지 못하면서, 일정한 공간 안에 연장돼 있거나, 전개돼 있거나, 집중돼 있거나, 팽창돼 있거나 하지 않는 것은, 또 어떤 물체를 수납하지 않거나 수납할 수도 없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절대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나이다. 내 마음에 떠오르는 영상은 내 눈에 늘상 비치는 형상과 같은 것이었으나 내 마음에 이러한 영상이 떠오르도록 해 주는 정신력 그 자체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몰랐나이다. 그리하여 정신력 그 자체도 어떤 큰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면 마음의 영상을 이루어 낼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나이다.

오 나의 생명의 근원 되시는 주여 나는 그래서 당신도 무한한 공간을 통하여 어디나 존재하며 온 우주를 이루고 있는 덩어리 전체에 침투해 있으며, 나아가 그것을 넘어서서 모든 방향으로 무한히 퍼져 있는 거대한 실제라고 생각했사오니, 땅과 하늘과 만물이 모두 당신으로 가득 차 있고, 당신 안에서 제한을 받고 있으나 당신은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으신다고 생각했나이다. 마치 땅을 덮고 있는 대기(大氣)가 햇빛에 아무런 장애를 주지 않고, 오히려 햇빛이 그것을 통과할 때 그것을 찢거나 부수지 않고도 그것을 온전히 채우면서 지나가듯, 당신도 하늘이나, 공기나 바다, 심지어 땅까지라도 모두 대소를 막론하고 통과하거나 침투하실 수 있어, 당신의 임재로 가득 채우시며, 당신이 창조하신 만물에 신비스러운 생기를 불어 넣으사, 만물을 내적으로 또 외적으로 다스리신다고 생각했나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달리 생각할 능력이 없었던 까닭이 니이다. 하오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나이다. 이는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땅의 부분 가운데서 크기가 더 큰 것은 당신을 더 많이 차지하고 작은 것은 당신을 덜 차지하게 되며, 모든 것이 당신으로 가득 차 있되 코끼 리는 참새보다 당신을 더 많이 차지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됨이니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몸집이 큰 것일수록 당신을 더 많이 차지하게 되어 당신은 세상을 이루는 여러 부분에 대해 큰 것에는 크게 작은 것에는 작게 나누어져서 임재하게 되나이다. 물론 이러한 일은 있을 수 없나이다. 하오나 당신은 아직 “내 흑암을”(시 18:28) 밝히시지 않았나이다.

- 아우구스투스, ⌜고백록⌟ 제7권 플라톤주의의 영향 중 '하나님의 본성에 대한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