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재씨 쓴 책 가운데 '교회가기 싫은 77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어떤 것을 하기 싫어하면 무슨 이유인들 대지 못하겠느냐마는 77가지 이유들을 하나씩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한 나머지 간과했던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 보면 교회에 한 번이라도 다닌 적이 없는 사람들이 교회에 가기 싫은 이유와 교회에 한 번이라도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교회에 가기 싫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교회에 한 번이라도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교회에 가기 싫은 이유가 38가지가 있는데, "헌 따라 사람 대접이 달라서 싫다"거나 "능력 이상의 직분을 강요한다"는 것이 교회에 가기 싫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한국 교회는 그 동안 물량주의에 기초한 저급한 자본주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해방이후 너무 살기 힘들었던 시기를 경험한 세대들이 1962년부터 정부의 주도로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잘 살아보세'라는 슬로건으로 상징되는 새마을운동이 기독교의 믿음이 맛물려 '교회 나오면 잘 살 수 있다'. '예수 믿으면 부자된다.'는 등의 기복주의 신앙이 교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잘 사는 것이며, 바람직한 부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한국 교회는 단순하게 '교회 나오면 잘 살 수 있고, 예수 믿으면 부자된다'고 설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에 헌신하고 봉사하면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분이 넘치는 헌신과 봉사를 강요하게 되고,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믿음이 없어서 그런다고 단죄하기도 했습니다.
믿음을 갖기도 전에, 존귀하신 주님을 만나기도 전에, 구원의 복음을 듣고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로서의 삶을 시작하기도 전에 교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단죄해서 교회를 떠나게 했습니다. 교회를 떠난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다시는 교회에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외형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에 기복신앙이 맞물려 기형적인 신앙형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하나님을 일을 하오리이까"라고 묻는 제자들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사역은 다름 아닌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입니다. 예수를 자신의 주와 구원자로 믿는 것 이상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일은 없습니다.
사실 한 교회를 맡아 목회하고 있는 나로서도 교회의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신자들의 헌신이 필요하고, 또한 신자들도 하나님의 교회에 헌신함으로 믿음이 더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신자들에게 과도한 헌신과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그 영혼을 사랑해서 했던 일인지를 조심스럽게 반성해봅니다.
어떤 연유에서든지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사람들이 다시는 교회 밖으로 뛰쳐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자의 과도한 욕망과 교회성장에 대한 욕심으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들이 조금만 욕심을 비우면 교회는 더 편안해지며,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나를 비롯해서 금년에는 더 많이 내 욕망과 욕심을 비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그 날을 위해서….
비전교회 윤기봉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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