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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2015년 1월 21일 요한복음 6장 1~13절

몇 년 전에 시드니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오페라하우스밖에는 시드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던 저는 시드니에 머무는 5일 동안 참 많은 곳을 보고 경험했습니다. 강 건너편의 나즈막한 동산에서 본 오페라하우스의 아름다운 야경, 긴 강 줄기를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간 후 항으로 입항하면서 본 그 황홀하게 멋진 시드니항,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행사의 일정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을 것이라면서 차를 몰고 깊은 산 속으로 한 참 동안이나 달려 찾아갔던 일명 '강대상 바위' 등은  호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구경할 수 없는 그런 곳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시드니에서 목회하시는 친형님같은 변상균목사님의 가이드 덕택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책을 읽어도 읽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것을 보고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의 크기만큼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만약에 가지고 있는 지식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그 책의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성경을 처음 읽는 사람이 성경에 대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 바로 그런 예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에게 천국복음을 전하신 후에 빌립에게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요 6:5)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빌립은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하더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요 6:7)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아마 그 자리에 제가 있었다면 저도 빌립과 비슷한 대답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빌립의 대답은 지극히 상식적으로 옳은 대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정말 떡을 사서 먹이려고 빌립에게 그런 질문을 하셨을까요? 오천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을 먹이기에 충분한 떡을 파는 떡집이 있을거라고 주님이 생각하셨을까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예수님께서는 빌립에게 그런 질문을 하셨을까요? 우리는 그 대답을 성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가나의 혼인잔치에 가셨을 때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하인들에게 돌항이리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인들은 예수님께서 왜 물을 채우라고 하시는지 따져 묻지도 않고 말씀대로 물을 가득채웠습니다. 그랬더니 에수님은 이제 물을 연회장에 갖다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에도 하인들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그대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물이 포도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베데스다 연못가에서도 예수님은 서른여덟해 동안이나 병으로 고생하던 사람에게 다짜고짜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요 5:8)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병고침을 위한 의식이나 치유행위가 전혀 없이 그냥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람이 나아서 자기가 앉아 누워있었던 자리를 들고 일어나 걸어갔습니다. 


예수님의 말씀하실 때는 그 분은 자신의 마음 속에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돌항아리에 채워진 물이 포도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오랫 동안 병으로 고통당했지만 이제 그 사람이 건강을 회복해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마음 속에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 치유 행위를 거치지 않고서는 어떤 병도 나을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 속에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빌립에게 말씀하신 예수님은 이미 당신의 마음 속에 5천명도 더 되는 사람들이 충분히 배부르게 먹고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떡 다섯개와 생선 두마리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물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떡이 다섯개가 안되거나 생선이 두 마리가 안되어도 상관은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한도내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불가능하고 불합리하다면 믿지 않고 거부합니다. 빌립에게 예수님께서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요 6:5)고 말씀하신 것은 예수님께서 그 사람들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먹이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말씀인 것입니다. 만약에 예수님이 여러분과 제에게 그 무엇이라도 말씀하신다면 그것은 그 분이 그 말씀하신바를 이루시겠다는 의지가 있으시기 때문에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않고 주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믿고 기다리는 삶을 살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