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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자료/비전교회

2025년 3월 23일 주일 설교: 사자가 풀을 먹는 세상

by 안트레마 2025. 3. 22.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이사야 11장 7절, 개역개정)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이사야 11장 7절의 말씀을 중심으로 "사자가 풀을 먹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 말씀은 단 한 절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깊고도 강력합니다.

먼저 우리는 본문이 보여주는 장면을 상상해 봅시다. 사자가 풀을 먹고, 곰과 암소가 함께 먹고, 그 새끼들이 함께 엎드려 있는 광경은 지금 우리가 아는 자연 질서와는 정반대의 그림입니다. 사자는 육식 동물이고, 곰 또한 잡식성이지만 사나운 맹수입니다. 이들이 초식 동물과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지낸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불가능을 말씀하시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나라, 우리가 사모해야 할 세계가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십니다.

이 장면은 단지 동물에 대한 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보여주신 이 말씀은 하나님 나라, 곧 메시아의 통치 아래서 회복될 미래의 세상에 관한 것입니다. 그 나라에서는 이 땅의 질서와 상식이 바뀌고,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경쟁과 분열, 폭력과 두려움이 사라지며, 오직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충만한 새로운 질서가 펼쳐질 것입니다. 이제 이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이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때 나타나는 샬롬의 질서를 보여줍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샬롬은 관계의 회복이며, 조화이고, 창조 질서의 완전한 회복입니다. 이 평화는 단지 정치적 평화나 감정적 평온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모든 관계가 회복된 상태입니다.

이사야 11장은 메시아, 곧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모든 피조물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 장의 앞부분에서는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올 것이라 하며, 메시아가 지혜와 총명, 모략과 능력, 지식과 여호와를 경외하는 영으로 충만할 것을 예언합니다. 그리고 그 메시아가 오시면, 세상의 정의가 바로 서고, 악인들이 심판을 받고, 의로운 자들이 복을 누리는 새 시대가 열린다고 말합니다. 그 절정에서 나타나는 장면이 바로 오늘 우리가 읽은 7절입니다.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는 것은 두려움과폭력이 없는 세상을 상징합니다. 이 샬롬은 우리가 갈망하는 세상의 모습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루어 가는 나라의 모습입니다.

둘째, 본문은 단순히 자연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우리 인간 존재의 변화에 대한 말씀입니다. 사자가 풀을 먹으려면 그 이빨이 바뀌어야 합니다. 육식을 위한 날카로운 이빨은 풀을 씹기에 부적합합니다.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기 위해서는 이빨의 형태와 기능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사자는 육식에 특화된 날카롭고 강한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자의 어금니는 고기와 뼈를 자르고 찢는 데 특화된 육식성 이빨입니다. 날카롭고 칼처럼 생긴 이빨입니다. 하지만 소는 넓고 평평한 어금니를 가지고 있어서, 풀과 같은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잘 갈아서 삼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자가 풀을 먹으려면, 소처럼 넓고 납작한 어금니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풀을 오랫동안 씹고 소화되기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사자의 날카로운 앞니와 송곳니는 사냥을 하고 살점을 뜯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소는 위쪽 앞니가 없고, 아랫니와 단단한 윗입술로 풀을 뜯어먹습니다. 사자가 소처럼 풀을 뜯으려면 날카로운 송곳니 대신, 풀을 잘 뜯을 수 있는 이빨의 구조가 필요합니다. 사자의 위쪽 앞니가 사라지거나 둥글게 변화해야만 합니다. 또한 사자와 소는 씹는 방식도 다릅니다. 소는 위아래 턱을 좌우로 움직이며 음식을 갈지만, 사자는 앞뒤로 크게 벌려 고기를 물고 찢습니다. 이처럼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육식 이빨이 넓고 평평한 초식 이빨로 바뀌어야 하며, 강한 턱과 송곳니 대신에 풀을 뜯기에 적합한 턱 구조로 변해야 합니다. 심지어 소화기관까지 바뀌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풀은 소화가 어려운 섬유질이니까 말입니다. 진짜 이런 변화를 겪으려면 진화적 관점에서 수백만 년, 수천만 년, 아니 수억 년의 시간과 환경의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자가 풀을 먹기 위해서는 이처럼 이빨뿐 아니라 턱의 구조, 위장의 구조, 식습관, 생존 방식까지 모두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은 단지 겉모습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변화를 뜻합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변화도 이와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 3:3)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거듭난다는 것은 단순한 태도 변화나 종교적 관심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내면과 정체성, 삶의 방향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회개 없이는 불가능하며, 성령의 역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변화입니다.

사도 바울도 고린도후서 5장 17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이 변화는 단지 교회를 다니는 것, 기도하는 것, 성경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내 사고방식이, 말투가, 관계 맺는 방식이, 돈을 쓰는 태도가, 권력을 대하는 자세가, 심지어 내 마음의 중심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변화는 고통스럽고 불편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 것은 사자 자신의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경쟁하라고, 더 강해지라고 말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에게 섬기라고, 내려놓으라고,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간극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싸우며 변화되어야 합니다.

셋째, 하나님 나라는 그런 변화된 자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우리는 이 변화 없이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간직한 채로는 풀을 먹을 수 없듯이, 자기 중심, 이기심, 미움, 교만, 경쟁심을 가진 채로는 하나님 나라의 샬롬을 누릴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며, 화평하게 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마 5:8-9). 하나님의 나라는 화평을 이루는 자, 온유한 자, 마음이 청결한 자에게 주어집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신앙이 겉모습에 그치고 있지는 않습니까? 사람들 앞에서는 거룩하게 보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여전히 사자의 본성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님은 외모가 아닌 중심을 보십니다. 진정으로 바뀐 사람, 진정으로 온유하고 화평을 이루는 자를 찾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변화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결론은 단 하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삶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평화이시며(엡 2:14), 우리의 본성을 새롭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스스로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아시기에, 주님께서는 성령을 보내셔서 우리 안에 내주하게 하셨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변화시키시고, 예수님의 형상을 닮도록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우리는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주님의 말씀 앞에 나 자신을 세워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날마다 사자의 이빨을 버리고 소처럼 풀을 먹는 훈련입니다. 내 안의 본성을 자꾸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것을 다스리고, 말씀 안에서 새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말투에서, 감정 처리 방식에서, 갈등 해결 방식에서 그리스도의 평화가 드러나야 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에서 우리는 샬롬의 사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우리를 보고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습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해서는, 그 안에 사자가 아닌 풀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세상이 우리를 보고, “정말 이 사람들은 다르다”고 말하게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지금 우리 가운데 임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변화되어야 합니다.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 것처럼, 우리도 거듭나야 합니다. 주님의 형상을 닮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성품을 갖기 위해 기꺼이 순종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주님, 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주옵소서. 하나님의 나라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옵소서. 사자와 같았던 이전의 성격, 습관, 본성으로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갈아 맷돌처럼 만들어 주옵소서. 내 안의 옛 본성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성품으로 변화된 새로운 본성으로 살게 하옵소서. 저를 다듬어 주시고, 빚으시고, 이끄셔서 하나님의 샬롬을 이 땅 가운데 이루는 도구로 써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