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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

계시란 무엇인가?

계시(revelation)란 문자적으로 이전에는 감추어졌던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할 때 그것은 이러한 계시를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떠한 지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그 지식에 대해 능동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하던 어떤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안다는 것은 이전에 알지 못했던 그 무엇이 자신 안에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이 계시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그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기독교 신학에서 계시는 창조 안에서,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그리고 예수의 삶과 인격 안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신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계시는 어떤 한 주체가 다른 주체에게 자신을 인격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기독교 신학에서의 계시는 어떤 사실(fact)이나 어떤 것에 관한 지식을 아닌 것이 아니라 어떤 분을 인격적으로 대면하는 지식이다.

 

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맺은 은혜로운 계약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 가운데 자신을 드러내신 하나님은 결코 인간의 통제의 대상이 되거나 인간이 조작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에 따르면 예수 안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하나님은 자신을 드러내신다. 예수는 하나님의 주권적이며 거룩한 사랑의 결정체이다.

 

신학자들 사이에서 계속적으로 논쟁이 되는 것은 계시를 객관적인 사건으로 보느냐 아니면 주관적인 경험으로 보느냐의 문제이다. 폴 틸리히는 계시란 언제나 주관적인 동시에 객관적인 사건으로서 이 두 가지는 밀접한 상호의존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Systematic Theology, 1 : 111.)고 주장한다. 계시는 특정한 사람과 사건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포함하는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이 하나님의 행위를 경험하고 증언하게 하는 성령의 역사를 또한 포함한다.

 

리처드 니버는 계시의 사건을 어려운 책을 읽는 가운데 우리가 마주치는 실마리의 문장에 비유하는데, 우리는 그 문장으로부터 전후를 살피는 가운데 전체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된다. 알프레드 화이트헤드는 계시는 또한 한 인간 또는 공동체의 특별한 계기에 비유될 수도 있는데, 이 계기는 그들의 삶 전체를 해석하는데 중심적인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결국 계시란 다른 모든 사건들을 해석할 수 있게 해 주는 축이 되는 사건을 뜻한다.

 

계시의 의미에 대해 기독교 신학적 설명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계시는 하나님의 자기 드러냄을 지칭한다. 만일 이러한 계시의 행위가 없었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의도와 성격에 대해 그저 추측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둘째, 계시하는 용어는 하나님께서 결정적인 방법으로 인간에게 의사 소통을 하는 매개체로 삼으신 특정한 사건과 특정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하나님의 계시는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셋째, 하나님의 계시는 우리의 전인격적 응답과 받아들임을 요청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인격적으로 참아오심으로써의 계시는 우리의 전인격적인 응답을 요구한다. 넷째, 하나님의 계시는 언제나 동요케 하며 충격적이기까지 한 사건이다. 왜냐하면 계시되는 하나님은 자유롭고 언제나 놀라움을 일으키는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계시는 우리가 하나님, 세계,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해 주는 초점이 된다. 우리는 하나님과 만물을 새롭게 바라보며 이러한 새로운 비전에 걸맞는 삶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므로 계시는 편협하게 만들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적 상상력을 펼치는 데에, 그리고 세계 안에서 인간의 삶을 변혁하는 데에 무궁한 원천을 제공해 준다.

 

다니엘 밀리오리, 조직신학 개론(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02), 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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