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의 철학적 전모를 잘 보여주는 책인 「답성호원」에 이런 말이 있다.
“대개 의로우면 충성스러움을 다할 수 있지만, 충성스럽다고 반드시 의로움을 다할 수는 없는 것이니, 자문(子文)이 초나라에서 재상을 지낸 것은 충성스럽다고는 할 수 있지만, 초나라가 왕이라고 참칭(僭稱)하고 중국을 어지럽힌 일은 의롭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적량공이 몸을 굽힌 것은 충성스럽다고 할 수 있지만, 주나라의 세력을 믿고서 당나라를 위한 것은 의롭고 바른 도리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바른 도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때 어떻게 해야 마땅하겠습니까? 고종(高宗)의 시대에는 천하에 도리가 없으므로 은둔해야 하고 출사할 수 없었습니다. 설혹 불행히 벼슬해서 기미를 보아 물러가지 못하여 무씨의 변을 당했다면, 마땅히 힘을 헤아려 의병을 일으켜 무후의 목을 벨 만하면 베고, 그렇게 할 수 없으면 벼슬을 버리고 물러가 산림에 자취를 숨겨야 할 것이니, 이것이 신하의 바른 의리입니다.”
오늘 본문에 변호사 더둘로라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당시 유대 산헤드린 법적 자문관으로 가이사랴 주재 총독인 벨릭스 앞에서 바울을 고소한 사람이다. 그는 유대인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던 벨릭스 총독에게 "우리가 당신을 힘입어 태평을 누리고 또 이 민족이 당신의 선견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로 개선된 것을 우리가 어느 모양으로나 어느 곳에서나 크게 감사하나이다"(3절)라고 아부하면서 바울에 대해 전염병 같은 사람으로 천하에 흩어진 유대인들을 소요케 하는 자이며 나사렛 이단의 우두머리로서 성전을 더럽게 하려고 해서 잡아왔다고 말했다.
'더둘로'라는 이름이 그렇듯이 그는 거짓말쟁이이다. 무식한 사람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는 용감하게 자신의 거짓을 사실처럼 크게 외쳐댄다. 유대 종교지도자들에게 얼마나 불의의 재물과 특혜를 받고 산헤드린의 자문관이라는 자리에 올랐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의 직책에 전혀 맞지 않는 의롭지 못한 불의한 사람이다.
이이가 말했다. 의로운 사람이 충성스러울수는 있어도 충성스럽다고 다 의롭지는 못하다. 하나님 앞에 충성스럽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의로움이 충성스러움보다 더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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