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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영성/세상을 보는 눈

천국과 지옥 사이에 중간이 없듯, 정치적 중립도 없다

by 안트레마 2025. 3. 29.

"천국과 지옥 사이에 중간이 없듯, 정치적 중립도 허상이다. 아무 말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이 말은 지난 해 한 시민운동가가 교회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목회자들을 향해 던진 말이다. 강한 표현 같지만, 곱씹을수록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을 꿰뚫는 말이다. 정치적 갈등이 일상이 된 시대, 교회는 여전히 중립을 말한다. 그러나 중립은 정말 가능한가?, 아니 정말 '중립'으로 남고 있는가?

말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정치적 중립'은 듣기에 매력적인 말이다. 논쟁을 피할 수 있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한 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현실 정치에서 중립은 실재하지 않는다. 어떤 입장을 취하지 않는 것도 결국 기존 권력이나 다수 입장의 묵인과 동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혐오와 차별이 자행되는 자리에서, 인권을 말하지 않는 교회는 사실상 침묵을 통해 차별의 논리를 묵인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되는 현장에서, 경제 논리만을 강조하며 '교회는 정치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것은, 곧 불의한 구조를 방치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 회색지대는 없다

예수는 늘 선명한 선택을 요구하셨다.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마태복음 6장 24절),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마가복음 8장 34절) 등, 복음은 항상 결단을 요구하는 메시지였다.

그렇다면 오늘날 교회가 마주한 현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문제 앞에서는 왜 그렇게 조용한가?예수의 메시지는 그렇게도 분명했는데, 오늘의 교회는 '중립'을 빙자한 회색지대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은가? 천국과 지옥 사이에 '대기실'은 없다. 결국 어느 쪽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신앙의 길이라면, 현실의 문제 앞에서도 그리스도인은 책임 있는 선택을 피해서는 안 된다.

'중립'이라는 가면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정치적 중립을 외치는 많은 보수 교단 목회자들은 "복음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 침묵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고뇌와 신학적 고민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침묵이 실제로 어떤 현실적 결과를 낳고 있는지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많은 교회들은 중립을 외치면서도, 특정한 정치 권력에는 암묵적인 호의를 보낸다. 특정 집회에 교회 버스가 동원되고, 정권에 유리한 정책은 기도 제목이 되면서도, 약자들의 권리를 말하는 문제는 '정치적 이슈'라며 외면한다. 즉, 중립이 아니라 비판적 침묵이며, 균형이 아니라 편향적 조심성이다.

침묵의 대가는 약자가 지고 있다

침묵은 종종 강자의 특권이 된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자리에선, 결국 힘 있는 자들이 계속 말하고, 구조는 유지된다. 교회가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입을 닫는 동안,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은 고통받고 있다.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 여성, 청년 등 구조적 약자들은 '하나님의 정의'를 담은 메시지조차 듣지 못한 채 고립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란 이름 아래, 교회가 실제로 누구의 편에 서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회색의 언어로 빠져나갈 수 없다.

'예언자적 침묵'이 아니라면, 말해야 한다

물론, 침묵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예레미야나 엘리야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준비하며 침묵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한국 교회의 침묵은 그런 예언자적 준비의 침묵이 아니라, 회피의 침묵에 가깝다. 그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기다림이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한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중한 침묵'이 아니라, 선명한 복음적 목소리다. 복음은 생명, 정의, 공의를 말하며, 그 자체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회의 정치적 발언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정치적 발언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어야 한다.

중립이라는 이름의 유혹

교회는 세상을 심판하는 위치에 서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무관심하거나, 모호하거나, 책임 없는 중립의 가면 뒤에 숨어서도 안 된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 회색지대는 없고, 정의와 불의 사이에도 애매한 중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은 불의한 구조에 대한 동의일 수 있고, 교회의 침묵은 약자들에겐 절망일 수 있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복음을 말하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도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선택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실천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중립은 없다. 오직 선택만이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14108

 

천국과 지옥 사이에 중간이 없듯, 정치적 중립도 없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 중간이 없듯, 정치적 중립도 없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 중간이 없듯, 정치적 중립도 허상이다. 아무 말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이 말은 지난 해 한 시민운동가가 교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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