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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영성/기독교영성

침묵할 수 없는 이유: 교회, 정치 앞에 서다

by ANTLEMA 2025. 4. 3.
  • 침묵할 수 없는 이유: 교회, 정치 앞에 서다
  • 이사야 58장 1절,  마태복음 5장 13-16절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저는 오늘 조금은 낯설고, 어쩌면 불편한 주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교회와 정치’입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가족 모임에서도 정치 이야기는 피한다는데, 교회에서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이 말은 어찌 보면 조심스러운 태도를 담은 것 같고, 교회가 갈등 없이 평화를 유지하자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 속에는 중요한 신학적, 윤리적 함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말씀, 이사야 58장 1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크게 외치라 목소리를 아끼지 말라 네 목소리를 나팔 같이 높여 내 백성에게 그들의 허물을, 야곱의 집에 그들의 죄를 알리라.”

하나님께서는 불의한 시대, 정의가 무너진 땅에서 침묵하는 자들을 꾸짖으십니다. 선지자에게 명하십니다. “외쳐라. 두려워 말라. 말하라.”

예수님도 산상수훈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여러분, 빛은 어두움을 걷어내는 힘입니다. 어두운 곳에 빛이 있어야 하듯이, 부패한 세상 속에서 교회는 그 자체로 공적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1. 감정적 회피는 도덕적 책임 회피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 이야기는 불편하니까 피하자.” 이 말은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교회는 단순히 편안함을 추구하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진리를 증언하고, 공의를 세우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셨습니다.

  • 가난한 자, 억눌린 자, 병든 자의 편에 서셨습니다.
  • 심지어 성전을 더럽히는 자들을 향해 채찍을 드시기도 하셨습니다.
    복음은 개인 내면의 평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복음은 공적 질서를 흔드는 힘입니다.

 

2. 신앙은 삶 전체를 다스리는 힘입니다

신앙은 예배당 안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 판단, 투표, 시민으로서의 선택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삶의 일부입니다.
예수님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셨습니다(마태복음 6장 33절).
여기서 ‘의’는 단순히 도덕적 착함이 아닙니다.

  • 가난한 자를 살피고,
  • 억울한 자를 위로하며,
  • 잘못된 권력을 향해 말하는 것,
    바로 그것이 ‘의’를 구하는 삶입니다.

 

3.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편에 서는 일입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 아래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불의한 체제 아래에서 침묵하는 것은 말하는 것이며, 행동하지 않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닙니다. 침묵은 종종 불의의 편을 드는 방식이 됩니다.

  • 오늘날 교회가 정치 앞에 침묵한다면,
  • 가난한 자들이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 공공의 영역에서 진리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길과 멀어지는 것입니다.

 

결론: 교회는 선지자의 자리로 다시 나아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우리는 ‘정치적’이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복음적이어야 합니다.
복음은 언제나 세상과 부딪힙니다. 어둠 속에 빛이 들어오면 저항이 따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 거짓과 폭력 앞에서 진리를 말해야 하고,
  •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서야 하며,
  • 모든 권력과 제도 위에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선포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은 침묵이 아니라 증언입니다.
교회는 다시 선지자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기도합시다

“주님, 우리가 침묵하지 않게 하옵소서.
눈을 감지 않게 하시고, 귀를 닫지 않게 하시고
세상 속에 빛으로, 소금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정치의 이름으로 불의가 판칠 때,
복음의 이름으로 담대하게 진리를 말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