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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신학/구약신학

구약성서의 창조 이야기와 하나님의 성품

by 안트레마 2025. 4. 5.

 

구약성서의 창조 이야기와 하나님의 성품

오늘은 구약성서의 창조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성품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창세기 1장과 2장은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본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누구신가를 보여주는 계시라는 점이다. 창조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그분이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지으셨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1. 창조 이야기의 구조 이해하기

성경의 첫 문장은 너무나 유명하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장 1절)

이 선언은 단순히 시작을 알리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이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시며, 모든 것의 근원이시다라는 신앙고백이다. 세상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뜻과 목적을 가지신 창조자의 의지 안에서 시작되었다.

창세기 1장은 6일 동안의 창조와 7일째 안식하신 하나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매우 질서정연한 구조로, 혼돈 속에서 질서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이 드러난다.

1–3일은 형태를 만드는 날,
4–6일은 그 형태에 내용을 채우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 1일: 빛과 어둠
  • 2일: 하늘과 물
  • 3일: 육지와 식물
  • 4일: 해와 달, 별
  • 5일: 물고기와 새
  • 6일: 동물과 인간
  • 7일: 안식

이 패턴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다. 하나님은 질서를 만드시는 분이시며, 모든 것이 조화롭게 운행되도록 설계하신다.


2. 인간의 창조와 하나님의 관계적 성품

창세기 1장 26절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말씀을 전한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하나님은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는 다르게 창조하셨다. 자신의 형상대로, 자신을 닮은 존재로 만드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단지 창조물 중 하나가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책임을 담은 대표자로서 이 땅에 지음 받았음을 말해준다.

창세기 2장은 이 창조의 과정을 더 가까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하나님은 흙으로 사람을 빚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셨다. 이것은 매우 인격적이고 친밀한 행위다. 하나님은 단지 ‘존재’를 만든 것이 아니라, 교제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드신 것이다.

또한, 아담이 홀로 있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시고 ‘돕는 배필’ 하와를 지으신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나님은 인간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도록 설계하셨고, 그것은 곧 하나님의 본래 성품이 삼위일체적 관계 안에서 존재하시는 분임을 반영한다.


3. 창조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성품

이제 창조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성품을 정리해 보자. 우리는 단순히 ‘어떻게 창조하셨는가’가 아니라, ‘그렇게 창조하신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묵상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하나님은 전능하신 창조주이시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셨고, 말씀 한마디로 세상을 지으셨다. 이는 그분의 절대적인 능력과 주권을 보여준다.

둘째, 하나님은 질서와 아름다움을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창조의 순서와 구조, ‘보시기에 좋았다’는 반복은 이 세상이 우연이 아닌 조화 속에 지어졌음을 말해준다. 혼돈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이 하나님의 창조 목적이다.

셋째, 하나님은 관계적이고 인격적인 하나님이시다.

인간과 직접 대화하시고, 책임을 맡기시며, 돕는 배필을 통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신다. 하나님은 우리와 교제하기 원하시는 분이다.

넷째, 하나님은 쉼과 안식을 주시는 하나님이시다.

일곱째 날 안식하셨다는 것은 단지 하나님의 피로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리듬과 휴식의 의미를 가르치기 위한 행위였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샬롬의 삶을 원하신다.


마무리: 창조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단지 옛날에 있었던 일이 아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난다. 그분은 능력이 있으실 뿐 아니라, 나를 아시고, 돌보시며, 관계를 맺고자 하시는 분이다.

이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나의 삶이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도와 목적 속에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또한, 그분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삶에 구현하고, 관계를 귀하게 여기며, 주어진 쉼을 통해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창조 이야기를 통해 오늘 나의 신앙과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창조의 열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