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에 길게 늘어서서 바람에 이리저리 하늘거리는 형형색색의 코스모스와 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뭉개구름 너머에서 한 여름의 따가움은 아니더라도 아직 따스함을 간직한 해를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눈으로 무엇을 본다는 것은 참 신비한 것 같습니다. 우리 중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보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의 불편함이나 고통을 잘 알지 못합니다.
2000년 여름에 갑자기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눈이 잘 안 보이기를 시작했습니다. 1998년에 폐결핵으로 몇 달 동안 치료받은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이후에 눈에 이상이 온 것 같습니다. 운전을 하는데 표지판이 보이질 않고 신호등 색깔이 잘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옆 자리에 아내를 태우고 아내가 신호등 색깔을 알려주기도 했고 표지판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예전부터 다니던 안과에 몇 번 들러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루는 원장선생님께서 “목사님,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시력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실명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병원을 나서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파란 하늘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평생을 장님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밀려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 장님 되지 않게 해주세요.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세요!”매주 병원에 들렀는데 한 달쯤 지난 후에 선생님께서 고개를 갸우뚱하시면서 “목사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이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전도서 11장 7절에는 “빛은 실로 아름다운 것이라 눈으로 해를 보는 것이 즐거운 일이로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요즘도 나는 자주 눈을 들어 하늘도 보고 먼 산도 바라봅니다. 코스모스도 보고 이름 모르는 작은 꽃들도 바라봅니다. 아주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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